무언가를 쓰고 싶다는 마음은 항상이다. 치과에서 오전,오후 1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을 대할 때에도. 퇴근 길 집으로 가는 2호선, 사람들의 지친 어깨를 보면서도. 집으로 가기 전 항상 들리는 동네 김밥집 기름낀 테이블 위 끈적한 수저통을 바라보면서도.

 

 

 

그런데 방으로 돌아오면 씻지도 않고 제일 먼저 침대에 눕는다. 지하철 의자에 세균이 그렇게도 많다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이게 외출복이거나 말거나 그대로 침대에 눕는다. 이미 사라진지 오래인 태양처럼 내 전신은 지쳐 가라앉는다. 열어 놓은 창문으론 오늘도 역시나 집 밖의 모든 소음들이 천천히 내 주변으로 모여들기 시작한다.

 

 

 

내 방은 사당동 먹자골목. 그곳의 모든 소음이 모이는 방. 집 앞 치킨집에 틀어 둔 라디오 광고 소리. 지나가는 행인의 슬리퍼 끄는 소리. 요란하게 떠들며 달리는 오토바이 엔진소리. 좁은 골목길 어렵사리 주차해 둔 차의 시동 켜는 소리. 때때론 짧게 울리는 클락션. 주말 밤이면 아랫집 실내 포장마차 취객들의 고함. 내 방에는 정말 무슨 소음을 끄는 자석이라도 있는지 창문을 열어두면 끈끈히 또 끊임없이 소음들이 내 방안으로 몰려 든다.

 

 

 

사실 글을 쓰지 못하는 건 소음때문이 아니다. 내 하루의 골든 타임. 내 안에 잠시라도 머물러 있던 에너지를 그 대낮 테헤란로에 쏟아 버리고 집으로 돌아오면 나는 글쎄...... 물론 피곤하고, 지치고. 또 이런 상태라면 시시한 것을 쓰게 될까봐 겁도 나고. 허리도 아프고. 물론 손목도 아프고....... 그래서 나온 책이라도 팔아야지, 올해는 그냥 책이나 팔면서 보내자며 트위터를 만지작거리다가 외출복 차림 그대로 눈을 감아버린다. 사실 이것은 쉽고 편한 하루다. 어떤 날은 그래도 써보자,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노력하고 연습하며 글을 쓰니? 하며 집에 오자마자 샤워를 하고 책상 앞에 앉는다. 그러다가도 뭐 굳이 이렇게까지 치열하게 살아야 하나 싶어 다시 그냥 누워버린다.

 

 

 

먹고 살겠다고 다시 돌아간 직장. 벌써 1년이 지났다. 남들은 다들 일도 하고 그 짜투리 시간에 집중해서 글도 쓴다는데. 나는 그게 너무 힘들다. 하고 싶은 건 글쓰기밖에 없고 잘 하고 싶은 것도 글쓰기밖에 없는데...... 내 하루에서 몸과 정신이 가장 반짝이는 시간을 글쓰기에 쏟고 싶지만, 지금과 같은 생활로는 답이 안 보인다. 퇴근 후 지친 몸은 미운 일곱살 아들처럼 내 마음을 따라주질 않는다. 그래서 역시나 드러누워 버린 오늘.

 

 

 

발 밑으론 선풍기의 약한 바람. 머리 위론 열어 놓은 창문으로 잔잔한 미풍. 그런데 또 어느 순간 창밖 소음들이 스물스물 몰려들어온다. 치킨집 주인 아줌마의 톤이 높은 웃음 소리. 삼삼오오 몰려가는 젊은 청년들의 잡담소리. 방정맞게 뛰어가는 어린아이와 나무라는 젊은 엄마의 잔소리. 그 뒤를 쫓는 자전거의 벨소리. 어느새 소음은 또 다시 열어 놓은 창문을 타고 엉금엉금 모여 든다. 그렇게 내 주변으로 내려 앉아 지친 나를 괴롭힌다. 이 작은 방 안에 갇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나를 조용히 나무라며, 한편으론 낮은 목소리로 끊임없이 응원하며. 그렇게 침대 위에 가라앉아 누운 나를 집요하게 깨우러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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