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낯선 곳을 헤매는 상처투성이의 나에게.
서른번째 생일,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보자 결심하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습니다.
그리고 그 여름. 영등포의 6평짜리 원룸에 누워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종일 생각해보았습니다.
결론은 여행, 섹스 그리고 책.
그리하여 그 서른번째 여름,
'야하고 이상한 여행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반성문을 쓰는 심정으로
때로는 소설을 쓰는 마음으로.
13개국의 낯선 도시와 13명의 남자들에 관한 이야기.
그중에는 정말 사랑했던 남자가 있고,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상상 속의 남자도 있습니다.
꼭 다시 가고 싶은 도시가 있고,
꿈에서조차 가본 적 없는 도시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방황하던 이십대 때의 내가
만나고, 듣고, 상상했던 나의 이야기입니다.
돌이켜보면 엉망진창에 실수투성이의 날들.
하지만 그렇게 서툴고 방황했기에 더욱 반짝이던 나의 이십대.
아직도 마음 한쪽에선 낯선 곳을 헤매고 있는 상처투성이의 나를
이 글을 쓰며 비로소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었습니다.
결국 여행도 돌아올 곳이 있을 때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
여행도 이야기도 인생도 끝이 있기에 완성이라는 말이 어울리겠지요.
언젠가 그 모든 것의 끝에 섰을 때도
지나온 나의 모든 부족함을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렇다면 아무런 후회 없는 시작과도 가은
근사한 끝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13년 초여름. 낯선 침대 위에서, 김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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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여름, 드디어 작가가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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