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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후면 한국에 도착할 제이를 마중하기 위해 서울로 가는 중이다. 휴대폰 코레일 앱으로 기차표를 찾다가 다른 것보다 만원이 저렴한 표가 있어 별 확인도 않고 예매를 했다. 알고보니 울산에서 수원까지는 KTX로 가고 수원에서 서울까지는 일반 철도를 이용한다는 기차였다. 그러고 보니 다른 KTX열차 보다 40분 정도 더 걸리는 것 같다.

 

9월까지는 원고를 완성하겠다 다짐도 하고 출판사에도 그렇게 전했는데 9월도 얼추 끝이나 버렸다. 오늘이 12일이긴 해도 제이가 휴가로 2주로 머무는 동안은 글을 쓰지 않을 거라서 그러고 보면 9월에 소설을 마무리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호주에서 돌아와서 2달 정도 울산에 있으면서 제이 생각을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 사실 호주에 있으면서는 그래도 얼른 한국에 가서 소설을 써야한다는 생각이 더 컸는데. 한국에 있는 동안에는 제대로 글도 쓰지 않고 매일 제이와 화상 통화를 하고 메신저를 주고 받았다. 지금 써야 하는 글이 나의 유년 시절과 전 남자친구 이야기라 미안한 마음이 들어 더 그러는지 모르겠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과거의 그때로 돌아가야 하는데 제이는 그것을 뻔히 알면서도 매일 아침 글에 집중하고 좋은 글 쓰라는 문자를 보낸다. 나는 문자를 받으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글의 구상은 거의 다 끝났고, 나는 전 남자친구 부분은 손도 대지 못 하고 유년 시절의 기억만 깨작거리고 있다. 자꾸 배가 아프고 설사를 한다.

 

그는 한국어를 모르니 내 글을 읽는 게 쉽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나는 숨기고 싶지도 않다. 나는 글을 마치면 제이에게 읽어 주기로 했다. 제이는 내용을 얼추 다 알고 있다. 하지만 막상 이 소설을 세세하게 듣는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그 건강하고 천진한 몸에서 쳐진 어깨와 알 수 없는 눈동자를 볼 생각을 하니 나도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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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받은 '강동쪽의 기담'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가고 있다. 출발한 지 한 시간이 지났고 두 시간은 더 가야한다. 첫 번째 책을 쓰고 두 번째 소설을 계약 했을 때 출판사에서 시도니가브리엘 콜레트의 '여명'이라는 책을 선물 받았다. 처음에는 잘 읽히지가 않아 매번 실패하고 있다가 몇 년이 지나고 세월호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책이 읽혔다. 털실처럼 부드러운 문장들이 촘촘하게 짜여진 좋은 책이다. 요즘은 책을 읽으면 단순히 즐긴다기 보다는 공부를 한다는 생각으로 읽게 된다.

솔직하게 쓰는 것. 나는 어떤 기교보다 이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장 뛰어난 기교야말로 아무도 의식하지 않고 진실로 쓰는 것이다. 자신조차 의식하지 말아야 한다.

일본 기생촌에 관한 글(강동쪽 기담)을 읽고 있다보니 이번에는 꼭 군항제를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진해에는 나를 좋아해주는 이모도 있고, 울산과도 가까운데 왜 한 번 가 볼 생각을 못 했을까. 사람이 너무 많은 건 싫고, 평일로 날을 잡아야 겠다. 내년 봄은 아직 멀리 있는데 나는 벌써 책을 덮고 이렇게 신이 났다.

 

 

2015년 9월 기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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