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는 호주 서부에 있는 도시.  이곳의 여름은 길고 ,건조하고 물론 덥다. 어제의 최고 기온은 무려 41도 였다. 더위가 조금 꺾일 해 질 녘, 뒷뜰에서 플래토(2살, 샤페이)와 놀다가 문득, 구름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벤치에 앉아 핸드폰을 보던 제이가 오늘밤부터 천둥비가 올 것이라고 했다. 덕분에 며칠은 시원하겠다.

 

 

 



<제이집 뒷뜰에서 본 하늘: 구름이 심상치 않다>

 

호주에 와서 가장 놀랐던 것은 어디에서든 하늘을 너무나도 쉽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시티를 제외하곤 높은 건물이 없으니 굳이 고개를 들지 않아도 눈 앞에 있는 하늘이 있다. 시간에 따라 색이 바뀌는 구름과 그 사이에 마그마처럼 흐르는 노을빛. 호주에 오지 않았다면 나는 아직도 하늘은 스카이 블루, 구름은 흰색이라는 공식에 따라 그림을 그리고 있었겠지?

 

<2년 전, 처음 퍼스 공항에 도착했을 때 만난 새벽 하늘>

 

 

 

 

 

<2015 워홀러 시절, 세탁공장 출퇴근길의 하늘: 덕분에 걸어서 30분이 심심하지 않았다>

 

 <이렇게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하늘도 자주 볼 수 있다: 이곳은 워홀 시절 살았던 동네 이스트 빅팍>

 

질서 없이 들어선 고층 아파트에 가려, 틈 없이 이어진 상가 빌딩, 곳곳에 세워진 전신주와 복잡하게 엉킨 전선 거기에 미세먼지까지. 한국에서 이런 하늘을 보기 어려운 이유.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에 일하며 살다보면 하늘 한번 제대로 볼 시간 없다.

그런데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내가 호주에서 늘 하늘에 감탄하는 것처럼 제이가 한국에 오면 늘 신기하게 하늘을 본다. 호주에서 자란 제이는 어릴때부터 '왜 땅에는 사람, 차, 건물로 가득한데 하늘은 아무것도 없는 걸까?' 늘 심심해 보였단다. 그래서인지 제이는 한국의 전신주와 전선을 제일 좋아했다. (하늘에 생긴 거미줄같다고;) 

 

하긴 호주의 하늘이나 한국의 하늘이나 하늘 입장에서는 같은 하늘이고 결국 어떻게 보느냐/보이느냐의 차이일 뿐이겠지.

 

 

<2015년 경리단길에서 제이: 제이의 한국 첫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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