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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

 

10시쯤 일어나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보통 11시쯤 고스넬스 도서관으로 간다. 고스넬스 지역의 특성 때문인지 도서관에는 주로 흰머리 노인들이 주 사용자다. 아니면 엄마를 따라온 5-6세가량의 어린아이들. 한국과는 다르게 입구에는 대형 퍼즐 맞추기 공간이 있고 가장 인기 있는 코너인 듯 보인다. 주로 노인들이 사용한다.

 

 

 

한국의 도서관은 주 연령층이 학생들과 취업 준비생들로 열람실이 큰 부분일 텐데 호주는 시티 도서관을 제외하고는 공부를 하는 테이블은 많지 않다. 학교 분위기의 책상과 의자 보다 카페 느낌의 쇼파가 많다. 도서관 주 사용자들이 대부분 책을 읽으러 오기 때문인 듯. 

 

나는 주로 넓은 테이블에서 글을 쓰거나, 책을 읽거나 하는데 이 테이블에 앉는 사람들은 역시 노인들. 무엇에 그리 열심인고 보면 보통 신문에 나와 있는 가로세로 열쇠 퀴즈를 풀고 있다. 고스넬스는 시티와 차로 30분 거리. 전철상으로 2존에 위치해 있어 집값이 저렴해서 보통 이민자 가족이나 노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 그러니까 경제적으로 그리 넉넉한 사람들은 아니라는 얘긴데 어쨌거나 도서관에는 책과 DVD를 빌리거나 여유롭게 퍼즐을 맞추고 있는 노인들이 많다. (참으로 부러운 부분)

 

 

랭귀지 코너에 보면 여러 나라 언어로 된 책들이 있다. 한국어도 있지만 20여권 정도. 고스넬스 주변 지역의 몇 군데 도서관에도 가 봤는데 한국책이 가장 많은 곳은 캐닝베일 도서관. 50권 정도 있다.  (사진은 고스넬스 도서관의 한국책. 책 선정은 누가, 어떻게 하는 건지. 난생처음 본 책이 많다. 물론 한국의 도서관처럼 각종 강좌가 열린다. 이민자들을 위한 영어 교실이나 아이들을 위한 놀이 교실. 독일어 교실, 프랑스어 교실, 글쓰기 교실 등등 보통 주 1회 과정이고(무료), 특이한 건 털실로 스웨터 뜨기 교실이라던지 화초, 정원 가꾸기 등 노인에게 인기 많은 강좌가 인기 있다.

 

한국에 있을 때도 거의 도서관에서 글을 쓰거나 책을 읽거나 친구들을 만났다. 울산에 있을 때는 주로 선바위 도서관과 울주군 늘푸른 작은 도서관을 메인으로 하고 남부, 중부 도서관도 가끔 다녔다. 한국 도서관은 넓은 열람실을 빼곡히 채워 앉은 그 학생들의 기운을 좋아한다. (중고등학교 시험 기간엔 앉을 자리가 없어 돌아오기도 할 정도) 호주의 도서관은 전망과 여유가 좋다. 특히 고스넬스 도서관은, 정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보이는 길게 늘어진 복도와 반대편 후문으로 보이는 초록의 나무들이 아름답다.

 

'혹시나 천국이라는 게 있다면, 그 입구는 이런 느낌이 아닐까?'하고 자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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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목

<바다의 얼굴 사랑의 얼굴>은 처음부터 내가 정해 둔 제목이었다. 책이 출간되기 전에 출판사 대표님은 <내가 사랑한 얼굴>이 제목으로 좋겠다고 하셨는데 내가 고집을 부렸던 제목.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사랑한 얼굴>쪽이 에세이 제목으로는 확실히 임팩트가 있는 것 같아 약간 후회가 되기도 하지만...... <바다의 얼굴>은 나의 유년 시절에 관한 이야기를 말하고, <사랑의 얼굴>은 서른 살에 내가 했던 지독했던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제목과 표지만 보고 굉장히 서정적일 것 같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내용은 조금 어둡고 무서운? 이야기들. 하지만 어둡고 무서운 이야기로만 남기지 않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2. 문장

[아버지는 운이 없는 남자였다. 거의 매일 술을 마셨고, 자정이 넘어서야 “울고 싶어라”를 부르며 집으로 왔다. 모든 것이 아버지를 중심으로 움직이던 그 시절, 나는 덩달아 운이 없는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항상 첫 문장이 머릿속에 떠오르고 거기에 홀려? 글을 써 나가는 타입이다. "아버지는 운이 없는 남자였다." 이 한 문장이 이 글을 시작하게 된 이유였는데 이 문단은 결국 후반부로 빠졌다. 언제나 첫 문장은 고정으로 수정을 해 본 적이 없어 이 문장을 뒤로 빼야 할 때 엄청나게 고민했다. 첫 문단을 뒤로 보냈다는 글을 거의 통째로 몇 번이나 고쳤다는 뜻. 이 책은 경장편 정도의 분량이지만, 이 정도 분량의 글을 써 본 게 처음이라 정말 힘들었다.

 

3. 문장 2

[없던 일이 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책을 열면 처음 보이는 이 문장은 원래 맨 마지막에 오는 문장이었다. 수정되기 전의 문장. 대부분의 문장은 잘려 나가고 맨 마지막 문장만 살아남았다.

-누군가는 기억하기 위해 글을 쓴다. 살기 위해. 누군가는 모래 위에 집을 짓고, 더 잘 살기 위해. 누군가는 바다를 땅으로 메운다. 나는 이 모든 것을 버리기 위해 쓴다. 때론 비워야 채워지는 것들이 있다. 결핍이 욕망을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랑을 버려야 사랑을 가질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바다의 여러 얼굴들, 사랑의 여러 얼굴들. 내가 그들을 발견한 순간부터 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이야말로 이 모든 것을 주시하고 있었으므로 나는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없던 일이 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

 

 

4. 표지

 

출간 전, 표지 디자이너님께 핑크와 파란색과 젤리피쉬 이미지를 말씀드렸었다. 처음 표지 디자인은 세로 방향의 물결이었는데, 시안을 받고 너무 마음에 들어 심장이 쿵쾅 거렸다. 여러 의견을 수렴해서 물결을 가로로 하고, 반투명 띠지를 입혔다. 나와 허리 언니, 제이와 제이의 친구들, 호주 커튼 대학 디자이너 학과 친구들의 여러 의견을 조합해서 파란 물결을 올렸다가, 내렸다가 결국 핑크와 블루를 50:50으로. 책은 일반 책보다는 조금 작은 사이즈. 개인적으로 작은 사이즈 책이 좋다. 택배로 책을 처음 받았을 때 책이 정말 예뻐서 한참 좋았다.

 

5. 교정

 

2015년 7월 한국으로 돌아와서부터 쓰기 시작해서 2016년 2월 말 초고를 넘겼다. 초고를 넘겼다는 건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 그로부터 편집자님의 도움으로 다시 수정에, 수정. 결국 6교까지 갔다. (첫 책은 3교에서 끝낸 것 같은데) 이번에는 정말 지독하게 했다. 6교를 넘긴 것이 2016년 8월 10일. 초판 인쇄일이 8월 18일. 그러니까 인쇄하기 일주일 전까지 붙잡고 있었던 것. 특히 이번 작업에서는 편집자님의 도움이 컸다. 달 출판사의 김지향 편집장님. 유능한 사람과 일하는 기쁨을 알려 주셨다. (특히나 내 책을 봐 주실 때 임신 중이셨는데, 책의 어두운 부분이 죄송스러웠다.)

 

6. 놀라운 일

책이 출간되고 나서 몇 달 간 고민하다 윤대녕 선생님께(직접 가르침을 받은 적은 없지만, 선생님이 가장 좋은 호칭일 것 같아서) 책과 편지를 보내 드렸다. 20대 후반에 처음 작가님 책을 읽고 난 후, 항상 그 글에 반해 있었고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 늘 윤대녕을 꼽았다. (국외 작가로는 무라카미 류) 한 번도 뵌 적이 없고, 아직 특별한 인연이 닿은 적이 없지만 편지를 쓰자 생각을 하니 책의 반응이 늦어 속상하다고 앓는 소리까지 했다. 편지는 연습장에서 연습으로 몇 번 쓴 다음 편지지에 옮겨 적었는데 이렇게 불쑥 댁으로 책을 보내는 게 혹시 실례가 되지 않을까 며칠 고민했다. 덕분에 편지를 쓴 날짜와 우편을 보낸 날짜가 꽤 차이 난다. 주소는 출판사에 여쭈어 보았다. 

몇 달 뒤, 내내 경황이 없어 책을 좀 늦게 읽어 미안하다는 선생님의 메세지를 받았다. 책이 무척 좋았고 계속 글을 써 주길 바란다는 당부가 있었다. 산문과 소설의 중간 형태의 글이 마칠 때는 소설의 이름으로 남았다고도 하셨다. 지극히 문학적이고, 고유하고, 정갈하다고 말씀해 주셨다. 이제 김얀의 독자가 되었다는 말에 몇 달동안 찾아왔던 무기력이 날아가 버렸다. 메세지를 받고 너무 기뻐서 방글방글 하고 있으니 옆에 있던 제이가 기쁜 얼굴로 무슨 일이냐고 했다. 내가 제이 책장에 있던 상춘곡(아시아 출판사에서 Song of Everlasting Spring라는 제목으로 영문 번역이 되어 있는 책으로 내가 제이에게 선물한 적 있다.) 을 꺼내 들고 "Author 윤이 내 책이 너무 좋았대!"라고 말하니 제이도 "Nice!" 하면서 신나했다. 복권 당첨이라도 된 것 마냥 몇 시간을 상기된 얼굴로 있었다. 선생님도 아마 그걸 아시고, 이렇게 격려해 주신 거겠지. 

내가 좋아하는 윤대녕 선생님의 단편 소설 베스트 3 "배암에 물린 자국" "풀밭 위의 점심" "상춘곡" 

 

7. 독자와의 만남 

출간 후, 출판사에서 주최한 행사 외에 개인적으로 <독자와의 만남>을 몇 번 진행했다. 내가 주최한 것이므로 작가와의 만남이 아닌 독자와의 만남이라 이름했다. 주인공은 독자님들. 늘 어떤 분들이 내 책을 좋아해 주실까 궁금했는데 예상대로 20대 중, 후반 여성분들이 가장 많았다. 그리고 늘 자리의 반을 내 친구들이 채워 주었다. (친구들 너무 고마워.) 사실 남들 앞에 서서 뭔가 말을 한다는 게 나에게는 어렵기만 했는데 이번 책에 대해서는 그래도 할 말이 조금 있었다. 그래도 사람들이 혹시나 지루하지 않을까 싶어 행사 시간을 늘 1시간에서 1시간 반으로 잡았는데 돌이켜 보니 너무 짧고 아쉬웠다. 멀리서 와준 분들도 많았는데 좀 지겨울 때까지 수다를 떠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고......  아무쪼록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감사합니다.

 

8. 가족의 반응

아빠는 아직 내가 글을 쓰는 게 그저 안타깝고 못 마땅 한 것 같다. 이번 책을 읽고는 책을 던져 버리고 싶고 남부끄러워서 어디 가서 보여줄 수도 없겠다고 했다. (첫 번 째 책 '낯선 침대 위에 부는 바람'을 안 보여 준 건 잘 한 일 같다.) 엄마는 첫 번 째 책보다 글이 깊어졌고, 물 흐르듯이 매끄럽게 읽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미안하다고도 했다. 형부는 책 속에서 ㄷ과 내가 "사랑"에 관한 말한 내용들이 기억나고 역시나 2시간 동안 집중하여 책을 읽었다고 했다. 언니는 여전히 주변 사람들에게 바쁘게 홍보하며 나를 응원해주었다. 지우는 책 프로필의 사진을 보고 "어~ 이모네? 이거 이모 책이야?" 하면서 책이 이쁘다고 해 주었다. 책의 표지를 보고 핑크는 하늘이고 파랑은 바다라고도 했다. 책이 나왔던 작년에 지우는 4살이었다.

 

9. special thanks to

책을 사랑하는, 유능하고 따뜻한 달 출판사 식구들. 첫 책을 낼 때는 별생각 없이 그저 조마조마하기만 했는데 이번에 확실히 느낀 것 같아요. 이 자그만 책 한 권이 완성되기까지 여러 사람들의 세세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이병률 대표님, 이렇게 멋진 일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늘 부러워하고 존경합니다. 그리고 나의 친구들. 사랑하는 독자들. 내가 어떻게 해야 모두에게 좀 더 나은 것을 드릴 수 있을까요?

나의 가족. 제이. 그리고 ㄷ. 지난 순간들. 앞으로 올 시간들. 그것들이 어떤 것이든, 글을 쓰는 삶이라면 내겐 전부 보석으로 남겠지요. 어느 독자분의 말씀처럼 이 책을 기점으로 많이 달라질 내가 기대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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