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장족의 발전을 이룬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요 며칠 사이 다시 자신이 없어졌다. 누구도 다치지 않고 모두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다시 또 그게 아닌 것 같다. 왜 쓰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에서 도대체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솔직하게 쓴 글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닌 것 같다.그건 블로그에 있을 때나 가치있는 것이지, 출판사의 마크를 달고 편집자와 디자이너, 마케팅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나오는 상품(문학도 결국 상품인 것이다)이 되려면 그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

요 며칠은 노트북과 데스크탑을 동시에 켜서 보고 있다. 똑같은 글이지만, 노트북엔 마이크로소프트 프로그램에 글이 있고, 데스크탑엔 한글 97에 글이 있다. 같은 글이지만, 사용 프로그램이나 글씨체 따라 다른 느낌이다. 가끔은 티스토리에 비공개로 올려놓은 글을 핸드폰으로 읽어 보기도 한다. (가독성이 좋다) 어떤 작가는 글을 완성한 후 소리내어 읽어 보라고도 하던데 그건 95%정도 완성이 되면 해볼 참이다.


내 글이지만 너무 많이 읽어서 꼴도 보기 싫은 글을 숨을 크게 한번 쉬고 다시 처음부터 읽어 나간다. 단어 배치를 다시하고, 문장 배치 다시. 사실 이건 아직도 재미있을 때가 많다. 아는 단어가 확실히 부족한 것 같다. 분량을 늘리려고 필요없는 에피소드를 넣은 것들을 가지치기한다. 한 줄 쓰는 건 너무 어려운데 지우는 건 몇 초가 안 걸리네? 욕이 나오는 순간이다. 꼭 필요한 에피소드인데 다시 보니 사족이네? 아깝지만 또 지워야 한다. 전개가 매끄럽게 흘러가지 않는 것 같다. 전반적으로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 느낌?

글을 안 쓰고 있을 땐, 이러고 있음 안 되는데 글 써야 되는데 하는 걱정만 하고 있는 꼴이라 쓰지 못해도 일단 앉아 있어야 마음은 편하다. 그런데 종일 앉아 있다 보면 허리가 아프고 엉덩이가 자꾸 처지는 느낌이다. 빨리 늙으면 안 되는데 내 남자친구는 겨우 21살인데......글만 생각하다보니 이제는 이 이야기가 과연 재미있을까? 남들이 시간을 내서 볼만한 이야기인가? 출판사에서 퇴짜를 맞지나 않을까? 이것이 어떻게 하면 문학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꼬리를 문다. 이렇게 쓰고 보니 정말 큰일이네. 포커스가 완전 나가있다는 거다. 심지어 오늘은 그냥 글 안 쓰고 다시 치과나 다니면서 사는 건 어떨까? 하면서 교차로 신문 구인란도 뒤져봤다.퇴근하고 집에 돌아와서 접시에 포도 한 송이 담아와서 침대에 누워 책을 보던 스물 몇살의 여름밤도 생각이 나고......
아니면 스무살부터 스물네살까지 만났던 Y랑 그대로 잘 만나다가 결혼해서 살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Y가 군대 갔을 때 너무 외로워서 딴 남자랑 잔 적은 있지만 그땐 Y가 세상에서 제일 멋있었는데 (지금 Y는 결혼해서 아기도 있다. 잘 살고 있겠지?)

잘 쓰기 위해서는 삶을 잘 살면 되겠지 생각했었는데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건데? 너무 주관적이다. 한살 한살 먹을수록 나는 사람들의 질문에 답을 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이젠 남자를 만나는 것도 지겹다. 지금은 이름도 잘 생각 안 나는 사람들을 만나느라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쓴 것 같다.
아마 J가 마지막 남자가 될 것 같다.
그랬으면 좋겠고......

어서 이 글을 끝내고 싶다. 다시 점점 몸이 아프고 제이에게도 매일 힘들다는 얘기만 하고 있다. 쓰지는 않으면서 걱정만 하고 있다.

사실 이런 투정도 잘 쓰고 싶은데 잘 안 되니까 그런거다. 더 잘 하고 싶고 또 이번에는 정말 잘 쓰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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