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를 그만둔 지 꼭 한달이 되었다. 나는 울산에도 다녀오고 이것저것 구상을 하면서 기운을 내고 있다. 사실 어느 순간부터 글 쓰는 일에 흥미가 떨어졌다. 내가 유일하게 욕심을 냈던 것이 바로 글쓰기인데 과연 이상한 일이다. 글을 쓰려고 해도 아는 것 보단 모르는 것이 많은 것 같아 자꾸만 자신감이 떨어진다. 게다가 멋진 말들은 이미 마크 트웨인이나 헤밍웨이같은 사람들이 다 해버렸지 않나. 애인은 아직도 우울과 권태에 빠져있다. 나도 덩달아 우울해진다. 사실 나도 책을 내고 싶다는 평생 소원을 작년에 이루었지만 이상하게 허망한 마음이 크다. 책을 냈지만, 먹고 쓰는 돈은 다 치과에서 벌어야 했으니 상심이 컸던 것 같다. 덕분에 늘 책에서만 봤던 권태감이라는 단어를 느끼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아마 이번에 울산에 다녀오지 않았다면 권태감은 계속 깊어졌을 것이다. 그런데 울산에서 만난 가족과 친구들, 특히 지난 달 1살 생일을 맞은 조카 지우를 보니 다시 욕심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나도 그들에게 좋은 에너지가 되어 주고 싶었던 것이다. 단순하지만 지우에게 멋있는 이모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지우가 모락모락 커 나갈 때마다 그 옆에서 "지우야.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 그거 믿을 필요 없어. 네가 생각하고, 네가 믿는 것들 그게 정답이야." 라고 말해주려면 지우 옆에 언제나 즐겁게 살아 있어야 한다. 물론 어떤 인생도 매일이 즐거울 순 없다. 하지만 나는 지우에게 이모는 이렇게 노력하고 있다고. "인생이라는 커다란 벽지에 멋대로 쓰고 싶은 것을 쓰며 그래서 이렇게 멋지게 살고 있다"고 말해 주고 싶다. 글을 쓴다는 것이 내겐 어떤 의미인지, 하루를 산다는 것이 내겐 어떤 의미인지 나는 이렇게 꾸준히 쓰며, 살며 찾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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