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붙은 세계지도를 앞에 두고 나는 우울해졌다. 나는 이제 더 이상 가고 싶은 곳도 없고 사실 갈 데도 없다. 3년이라는 시간동안 너와 내가 한 것은 서로를 집요하게 사랑한 일밖에 없는데 이제 우리는 탄성을 잃은 고무줄 마냥 늘어져 있다.

 

 

'남들 욕만 하다가 내가 병신이 되어 버렸다.' '나는 3년 동안 아무 것도 못 했잖아.' '아무 것도 하기가 싫고 그냥 죽고만 싶다.' 하며 고개를 돌리고 우는 너를 어떻게 해야하나.

 

 

우리의 그 집요했던 사랑에 대해서. 그러다 결국 우리를 지쳐버리게 한 그 거대한 것에 대해서. 그것에 대해 쓴다고 하더라도 결국 우리 말고는 그것에 의미를 둘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 사람들은 우리가 어떤 사랑을 했느냐 보다 너와 내가 뱀처럼 엉켜 섹스를 한 것에 관심을 가지겠지. 애니팡이 터지는 소리와 쉴새없이 액정을 두드리는 사람들틈에서 우리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겠다고 결심하는 현실이 더욱 소설같은 일이 되어버렸다. 낭만 없는 사회, 결국 우리도 이렇게 그 사회에 한몫하게 되는 걸까.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40720  (1) 2014.07.20
의미  (2) 2014.04.04
사당동을 떠난다면  (7) 2014.02.13
나를 알기 전의 남자는  (0) 2014.02.12
[패션웹진 Snapp] 초 단편 소설_ 들어 오세요.  (0) 2013.12.22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