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01. 08


 예전엔 눈물이 필요할 때, 눈물이 나와주지 않아서 곤란했던 적이 꽤 있었는데, 2009년이 되자마자 갑작스레 눈물이 많아졌다. 정말로 아무런 이유없이도 그냥 눈물이 날 것 같았고, 심지어 어제는 언니와 침대에 나란히 누워 얘기를 하다가 그냥 울어버리기도 했다. 




 정말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유치원 겨울 방학을 맞은 언니와 그냥 최근 일상에 관한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다. 내가 언니에게 이번 방학 기간엔 무엇을 할 계획이냐고 묻고 언니가 대답하던 중이었다. 한번 눈물이 흐르기 시작하니, 멈출 수가 없어서 나는 큰 소리를 내며 울었다. 물론 언니는 당황했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신용카드가 정지된 주제에 연습장에서 공을 치고 있자니 어쩐지 내 자신이 한심해졌다. 내 자신이 한심해 지다니...... 이것은 아주 놀라운 일이다. 나는 자존감이 강한 사람이다. 그것도 아주 아주 많이.
 



예전에 치과 코디네이터 교육을 받던 중에, 어느 학자가 개발한 자존감 테스트에서 나는 그 세미나를 듣는 사람 중에 가장 높은 점수가 나왔다. 나는 나 자신을 사랑했고, 물론 지금도 사랑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조금씩 줄어드는 것도 같다. 어차피 자기애(愛)든, 무엇이든 사랑이라는 것은 양이 늘었다가, 줄었다가, 그러다가 완전히 사라져 버리기도 하는 것이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한 달 전, (그러니까 작년) 나는 " 사랑이라는 것은 여러 감정을 필요로 하는 것이라서 나는 언제나 쉽게 지쳐버리고 만다. " 라는 문장을 시작으로 하는 글을 쓰고 있었다. 사실, 그때 만나고 있던 남자에게 싫증을 느껴서 일종의 변명같은 글을 쓰고 있었지만, 다행히 글이 완성 되기 전에 헤어지게 되었고 나는 안도감을 느꼈다. 이건 좀 슬픈 일이지만 한 해, 한 해가 지날 수록 사랑이라는 것은 시간과 감정과 체력의 낭비인 것 같다. 지금 누군가를 죽도록 사랑하고 있는 연인들에게는 좀 미안한 이야기지만 그냥 나의 개인적인 의견은 그렇다는 것이다.


 *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너무 안 좋다. 그래서 사람들은 움츠린다. 심적으로든 행동으로든. 고로 나도 따라 움츠려 본다. 예전 같으면 남이야 어떻든 뭔 상관이람 하면서 양 팔을 팔랑팔랑 흔들며 당당하게 걸었을 것도 같은데, 이제는 따라 움츠리게 된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누구보다도 가장 낮게 움츠릴 수도 있을 듯 하다. 정말 영문을 알 수 없는 일들의 투성이다. 


 *


 아직 나의 몸과 머리는 J여고 3학년 2반 야간 자율학습시간 교실에서 꾸벅 꾸벅 졸고 있는데, 어느새 꾸역 꾸역 스물여덟살이라는 나이를 먹어버렸다. 여기서 아주 중요한 것은 나의 의지와는 아무 상관 없이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아무런 신호도 주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더욱 분하고 화가 나는 것이다.




 나는 특별하다고, 나만은 특별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그것은 좀 개소리였다. 나는 슈퍼맨도 아니고, 배트맨도 아닌 것이다. 잘 생각해보면 현실에선 배트맨도 슈퍼맨도 찾을 수가 없다. 그들은 오로지 스크린 안에서만 영웅일 뿐이다. 그러고 보니 뭔가 속은 듯한 느낌도 든다. 무엇을 믿고 살아야 하나? 이러다간 무신론자인 내가 텁썩 종교의 끈을 잡아버릴 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나는 무엇을 하고 어떻게 사는 것이 옿은 것인지를 판단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는데도 벌써 이십대 후반으로 넘겨졌다. 누구에게도 배운 적이 없고,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나는 아무런 준비도 못하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말도 못했는데. 어느덧, 스물여덟.
 




나의 스물여덟은 이렇게 영문을 알 수 없이 내게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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